2024년 소암기념관 개관기념전
서귀소옹西歸素翁 & 20세기 서화거장書畵巨匠 IX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 : 황량한 벌판에서
산수화山水畵의 과녁은 영성靈性과 같은 사물事物의 내면에 있습니다. 이것이 대상 재현을 목적으로 하는 서양 풍경화와 다른 지점입니다. 그런 만큼 동양 사람들은 산山, 나무木, 물水, 하늘天을 지필묵紙筆墨으로 ‘그리면서’ 자신의 감정과 영성을 산수의 내면과 일체시켜냅니다. 천지자연의 이치理致가 인간의 본성本性과 둘이 아닌 것입니다.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1897~1972)의 ‘청전산수靑田山水’는 망국亡國 분단分斷 시공의 황량荒凉한 마음을 실존의 산, 나무, 강, 초가, 촌로村老를 가지고 독보적인 ‘청전준법靑田皴法’으로 그려낸 결정입니다. 이미 근원近園 김용준金瑢俊은 1939년 『문장』에 쓴 「청전 이상범론」에서 “그는 일찍이 심전 안중식 문하에서 사사하였으나, 지금 그의 화면에서 털 올 만큼도 심전의 화법을 그대로 전수한 곳은 없다. 그 평원한 제재로부터 유현한 발묵법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청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통찰해낼 정도입니다.
이러한 ‘청전산수’의 언어는 초기(2·30대, 1920~30년대) 관념적인 고전의 모방 시기와 중기(4·50대, 1940~50년대) 관념과 사실의 과도기를 거쳐, 후기(6·70대, 196~70년대)에 이르러 독보적이고 사실적인 사의산수寫意山水로 완성되었습니다. 도골선풍道骨仙風의 ‘소암체素菴體’ 역시 일본 유학을 통한 고전古典 습득과 귀국 후 제주 자연과 일체화된 필획筆劃의 서언어書言語 창출에 방점이 찍힙니다. 요컨대 청전과 소암은 20세기 식민지와 서구화의 광풍狂風을 오직 필묵筆墨으로 ‘그리고’‘쓰면서’ 정면으로 살아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청전과 소암의 그림과 글씨 속에서 동서문명이 대전환하는 20세기 한국의 근현대 시대 사회가 어떻게 드러나 있는지 살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전시는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의 소주제로 구성하였습니다.
1. 금강화金剛畵, 한라서漢拏書
2. ‘청전산수靑田山水’의 궤적
3. 교유交遊
4. 사시사철 – 청전靑田과 소암素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