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소리가 들리시나요?
굽이치는 바람 소리는 획이 되고 글자가 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납니다.
이 작품은 당연히 글자이고 서예이지만 동시에 그림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춘(春)'자의 획들을 확대해볼까요.
획 안에 또다시 무수한 획들이 실핏줄처럼 얽혀있습니다.
마치 현대 추상표현주의 회화에서 종횡으로 뻗어나가는 붓의 선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소암은 단순히 글씨를 잘 쓴다는 의미의 서예를 넘어 제주 바다의 파도 소리, 한라산의 바람 소리를 글자 안에 담아 눈으로 볼 수 있게, 그리고 가슴으로 느껴질 수 있게 합니다.
겨울 속에 숨어있던 봄은 꽃이 피듯 세상에 나오고, 우리들은 그 봄을 계속 잡아두고 싶을 것 입니다.
'봄을 간직하다'라는 의미의 작품 '장춘藏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