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조선중기 가사문학의 개창자라 할 송강 정철이 지은 최초의 사설시조 (장진주사將進酒辭)입니다.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 로 시작한 시조는
‘하물며 내 무덤 위에 잔나비가 휘파람 불 때 뉘우친 들 어떠리’로 끝납니다.
술을 못 먹은 후회는 죽은 뒤에 해도 어쩔 수 없으니 살아있을 때 원 없이, 한 없이 먹자고 권합니다.
결국은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이 권주가에 소암은 어쩌면 송강과 함께 부어라 마셔라 하던 중
취기가 돌자 붓을 들고 함께 춤을 추고 있습니다.
송강과 소암이 400여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펼치는 한판 풍류의 마당입니다.
한글로 쓰여진 이 작품의 서체는 고체도, 궁체도 아닙니다.
소암만이 가능한 한글과 한자의 필법을 관통하는 서귀소옹 시절의 ‘소암체’입니다.
마치 한자 작품을 쓰듯 같은 필법으로 한글을 종횡무진, 자유자재로 휘호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구성도 균일했다가 어떤 곳은 들쭉날쭉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작품의 모든 필획에 진한 술의 기운이 배어있다는 점입니다.
‘소암체’의 특징 중 하나인 ‘취필 ’의 독보적 경지를 구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