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뜻이 매우 다양하여 쓰임새에 따라 의미를 달리합니다.
바람은 소망을 나타내기도 하고, 스타일을 말하기도 합니다.
또 바람의 의미는 고난이기도 하고, 좋고 건강한 기운을 말하기도 합니다.
자연의 바람은 부드럽기도 하지만 거칠기도 하고, 생명의 용틀임이기도 한 은유적인 표현으로도 쓰입니다.
<태풍>은 변시지의 대표작 가운데 흔치 않은 대작입니다.
우뚝 솟은 바위를 중심으로 만을 형성하고 있는 섬은 태풍이 몰고 온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습니다.
상 ‧ 하 2분으로 나뉘고 있으며, 다시 좌우로 2분법으로 표현된 구도는 오히려 외로운 섬이지만 그 존재감을 돋보이게 합니다.
섬 자체가 무게감이 있어서 초가와 말, 사람은 왜소하게 그려져 있음은 자연의 거대한 위력 앞에서 선 존재의 무력감을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합니다.
자연 앞의 생물학적인 존재는 나약하기만 하고, 인간이 이룩한 모든 대상들은 끝내 멸실될 것을 아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단단한 바위는 혹독한 환경에도 끊임없는 자연의 힘 앞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바로 <태풍>은 자연에 대항하는 돌섬을 의인화 한 인간의 의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솟아오른 바위는 강인한 인간처럼 마치 거대한 뱃부리가 돼 태풍을 정면에서 막고 서 있습니다.
화가는 인간의 의지력을 바위를 통해서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자연 앞에 모든 것이 무기력하지만 그래도 인간만은 그 황량한 자연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세계를 개척하고자 한 작품이 바로<태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외부에서 끊이지 않게 암울하고 음산한 기운을 몰고 와 섬을 위협해도 끝까지 섬을 지키면서 살아온 제주인들의 오랜 역사를 기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