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크고 진한 점(點)들과 구불구불한 획(劃)들이 뭉글뭉글 뭉게구름처럼 얽히고 설켜 하늘을 둥둥 날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림이 아니라 행초서로 일필휘지(一筆揮之)한 ‘능운(凌雲)’이라는 글자입니다.
‘능(凌)’을 아주 진한 먹으로 천천히, 굵고 짧게 필획하고 있다면,
‘운(雲)’자는 갈필로 아주 가늘고 길게 그어 내리고 있습니다.
아마 한라산을 날아 넘어가는 구름을 보고 이렇게 절묘한 음양 대비의 글씨로 그려낸 것이 아닐까요.
서화동원(書畫同源),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 즉 글씨와 그림은 한 몸이고 한 뿌리라는 원리를 소암은 이런 방법으로도 해석하고 있습니다.